HONEY KIM 


EDUCATION

2017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2017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학과


EXHIBITION

2017 제주청년 매거진 시노리작 삽화

2017 노블레스몰 청담 & 온라인샵 입점

2016 익산 전국 공예대전 수상 전시

2016 갤러리 Hart 그룹전

2016 윤현상재 갤러리 Space B-E 그룹전

2015 HIAX : 홍익대학교 연합 전시


, 뉴욕

2011 아시아프 (아시아대학생, 청년작가미술축제),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 서울


AWARDS

2016 익산 전국 공예대전 특선 수상

2016 한영 텍스타일 공모전 입선 수상


ARTIST NOTE

얼굴

사람에게는 모두 하나의 얼굴이 주어진다. 한 사람을 타인들 틈에서 구별할 때 우리가 찾는 얼굴은, 그러한 이유로 사람의 대표적인 기호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런 기록조차 남지 않아 인간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과거에서부터 우리는 누군가의 얼굴을 그려 왔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잊고 싶지 않은 얼굴, 그리고 종종 찾고자 하는 얼굴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볼 수는 없다. 뒤집혀진 거울 이미지를 제외하고 우리의 얼굴은 언제나 타인들에 의해서만 묘사되거나 파악될 수 있다. 어떤 한 사람을 알아보는데 기능하는 얼굴은, 정작 자신에게는 온전한 모습으로 보여질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얼굴의 그림에, 우리는 종종 두 사람을 상상한다. 그려지는 사람과, 그리는 사람 말이다. 그렇기에 작가가 섬세하게 그려낸 타인의 초상에는 한 사람만이 드러나나, 관람자는 사람들 사이의 어떤 관계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그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어떤 감정들과 함께 말이다. 간략한 얼굴 형태로 남은 이 이미지는 작가가 유심히 관찰한 타인의 얼굴이며, 그가 붙잡고 싶었던 순간이고, 그에게 남은 흐릿한 기억일 것이다. 그 기억의 조각은 관람자에게 그의 내면을 훔쳐보는 듯한, 묘한 기분을 연출한다.

미래를 볼 수 없는 평범한 우리의 글자가 늘 사후적인 것처럼, 작가의 그림 또한 작가가 언젠가 목격한 과거의 한 조각일 것이다. 작가는 그 기억들을 조합해 일상언어와는 다른, 자신만의 시를 지어낸다. 시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글자를 탈락시키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글자만을 남긴다. 작가는 마치 그런 시인들처럼 얼굴의 이미지에서 몇 형태나 색깔을 탈락시킨다. 얼굴이 되려다 만 것 같은, 혹은 눈이나 눈물이 되려고 한 듯한 붓자국은 시에서 글자가 탈락한 지점처럼 관람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다. 근데 있지, 하고 어떤 말을 꺼내다 아니야, 하고 말을 멈추는 것처럼, 그 흔적엔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가 탈락되어 있다. 관객은 계속해서 그래서? 무슨 일인데? 하고 묻게 된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 속에 관람자는 그 대답을 스스로 채울 수도 있고, 혹은 영영 기다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시는 작가 혼자만의 시이지만, 혼자 완료되지는 않는다. 관람자가 묻기도 전부터 작가의 시는 발화되어 관람자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다. 근데 있지, 하고 이야기를 건네기 위해서 말이다.

공간

목가구를 공부한 작가는 공간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2016년에 선보인 나비장 작업이 안채라는 물리적인 여성적 공간을 뒤집는 전복이었다면, 이번 회화작업에서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는 전복을 시도한다. 이렇게 작가는 이전까지 사회가 여성적이라고 규정해온 영역을 탐구하며 동시에 여성인 스스로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는데, 이를 가구와 회화라는 각기 다른 매체로 시도하고 있다. 타인과 공유하는 공간을 다룰 때엔 사회적 문제들에 보다 집중하고, 캔버스에서는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의 균형잡기를 시도한다. 일상에 보다 가까운 가구와, 작가라는 정체성에 더 가까운 회화는 일상 사회를 살아가는 작가가 자신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왼손과 오른손인 셈이다.

수많은 얼굴들로 이루어진 우리 사회는, 정작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 개인에게 종종 가혹하기도 하다. 작가가 섬세한 붓자국으로 어루만지는 타인의 얼굴은 그것이 작가만의 기억조각일지라도,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 또 다른 타인들에게 위로로 기능한다. 그것은 우리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얼굴들에 대한 위로이고, 우리가 영영 볼 수 없는 우리의 얼굴을 위한 위로일 것이다.


ARTWORKS